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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Thinking

2023 상반기 회고

by 5ole 2023. 7. 13.

 
0. 생각
 
벌써 23년 7월이라니. 22년 말 회고를 작성할 때 한 해가 비교적 천천히 흐른 것 같다고 했는데 6개월이 지났다고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걸까? 얼마 전 팀장님께 "입사한 지 2년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떠올려보면 크게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라고 했을 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모든 게 익숙해지고 큰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찾아본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가는 이유.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짧게 느끼는 거라고 한다. 뇌는 매일 반복되는 것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인상깊은 일이 줄어들어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끼고, 하나 하나 새롭던 어린 순간들에 비해 하나의 큰 기억으로 뭉뚱그려져서 남긴다.
 
생각해보면 이번 상반기에는 오직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프로젝트 이 하나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끝나니 덩어리로 시간이 날아간 것처럼 느끼는 게 맞는 것 같다. 급하게 시작했고 급하게 끝나버린 이 일정이 너무 바빠서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갑자기 오는 요청들과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건들 때문에 정신을 못차렸고 계획을 짤 수도 없어서 약 3개월 동안 머릿속엔 오직 이 프로젝트만 있었던 것 같다. 일기도 한두달 못썼지 않나 싶어 펼쳐보니 2월 중순에 멈춰있었다. 약 4개월을 안쓴거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도 없이 기계처럼 일만 쳐냈고 이후에는 보상심리로 실컷 놀았다. 이제야 뒤늦게 뭘 했는지 떠올려보려니 쉽게 떠오르지가 않고 이 프로젝트로 인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가늠이 안된다. 그럴수록 더 빨리 회고하고 정신을 붙잡았어야했는데 계속 도망가고 회피하고만 싶었다.
 
요즘 상태도 그렇다.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하고싶은게 무엇이었는지, 왜 열심히 살고자 했는지 무언가를 잊은 기분이 든다. 다 잘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 아니었나 싶고.. 퇴근하고도 할 일을 미루고 유튜브의 짧은 영상들을 보다가 잠들며 주말에는 쉬어도 피곤하고 나갈 힘이 없고 귀찮고.. 아무래도 번아웃이 와서 쉬다가 도파민 중독 상태에 접어든 것 같다. 정신을 빨리 차렸으면 하는 마음과 연말에 속상함을 줄이기 위해 상반기를 한번 짚고 넘어가보려고 한다.
 



1. 커리어

Retrospective method KPT

  • K : 좋았던 점과 유지하고 싶은 것

이번 상반기에 좋았던 점이 있다면 직접 소통하며 대시보드를 기획/개발해 본 경험이다. 이전에는 전달해 준 화면안대로 똑같이 빠르게 구현하고 기능을 적용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온전히 소통하고 담당하는 경험을 해보며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작년 말부터 팀장님들께 들은 얘기가 기계처럼 해내는 게 아니라 발전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서 제안하는 등 스스로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래도 되는 포지션인가? 원하는 바가 있으면 그걸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 일의 뒤편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소통하며 많이 느낀 것 같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디자인 요소가 들어가면 더욱 사람마다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그런 부분들은 원하는 바를 맞추되, 깊게 고민해야할 부분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고 해당 도메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와 왜 그걸 보고자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용자가 쉽게 이용하고 잘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사용성, 기존 방법에서 더 나아가 조합해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주체성을 가지고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꼈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 팀장님께서 태블로가 아니라 BI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는 것 같다. 어렵지만 많은 대시보드들을 찾아보고 더 좋은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보며 결국엔 이 모든 게 내 손에서 나온 결과물이 된다는 걸 새기며 책임감을 가지는 태도를 갖도록 해야겠다.
 

  • P : 문제와 개선하고 싶은 것

현재 개선하고 고민해보아야 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화면 속도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화면을 개발하는 건 이제 가능한데, 어떻게 개발을 하느냐에 따라 화면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지기도 하고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현재 프로젝트에서 책임님이 화면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 형식을 수정했는데 거의 1/10 수준으로 단축되었다. 이 과정에서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쿼리가 나왔는데, 그런 챌린지가 곧 나에게도 주어질텐데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생긴다. 아직은 부족해서 최대한 화면 단에서 단축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히고 있지만 아무래도 데이터 단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제일 효과가 좋은만큼 쿼리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 T : 문제에 대한 해결책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은 집계 쿼리 위주로 SQL 공부를 틈틈이 하며 대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 프로젝트에서 말아놓은 데이터 원본 쿼리들도 시간날 때 살펴보고 팀장님이나 책임님들, 동기들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이제는 속도 개선에 대한 부분도 준비를 해두어야겠다. 
 



2. 상반기 활동
 
(1) 글또

글또 8기를 참여했다. 처음에 참여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임일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2주에 한번 글을 작성해보며 배운 것을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갖기 위해 시작했지만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모아서 볼 수 있다는 점과 멋지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 수 있어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글또에서 참여한 모임으로는 커피챗 3번, MySQL 스터디, 독서모임, 데이터 반상회가 있다.
커피챗은 재밌는 경험이었다. 첫 커피챗때만 해도 가기 전에 겁을 많이 먹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만나서는 각기 다른 분야지만 데이터라는 공통 분모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며 매번 좋은 기운을 얻고 왔다.
또 SQL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Real MySQL 2권 주말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혼자 데이터 분석 분야라 엉뚱한 질문도 많이 했지만 혼자서 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깊이와 내용까지 다룰 수 있는 기회였다. 2권을 한번 훑어봤으니 1권과 함께 조금 더 깊게 공부해서 SQLP 취득도 시도해볼까 생각중이다. 독서모임 같은 경우에는 오프라인 일정이 안맞아서 온라인으로 2번 진행하고 스스로도 바빠서 깜빡하고 이후에 흐지부지 되었는데 덕분에 프로그래머의 뇌 라는 책도 읽어보고 다른 책 추천도 받았다. 책을 손에 놓은지 조금 되었는데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온라인 모임은 확실히 나에겐 아직 어렵다. 그리고 데이터 반상회에서는 세 분의 발표와 올라오는 글로만 보던 글또분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내적 친밀감이 많이 들었다. 첫 커피챗때도 예전부터 구독하던 수진님과 같은 모임이 되어서 신기했는데, 네임드 유명인(?)들을 볼 때마다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 들고 어디까지 아는 척을 해야하나, 열심히 잘 읽었다고 말해도 되나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말이 길어졌지만 지금까지 본 글또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차분하면서도 일과 삶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 모임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다음 기수에 참여한다면 공부와 함께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미리 공부해두고 어떤 글을 쓸 지 준비해서 잘 아는 내용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2) 일상
 
- 러닝
체력을 기르는 데에는 웨이트보다 유산소 운동을 해야한다고 해서 시작했다. 저녁에는 공부를 하고 오전에 운동을 하는 루틴을 만들고 싶은데, 헬스장은 8시 이후에 열어서 9시에 출근을 하려면 시간이 꽤나 촉박했다. 또 아침에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다고 시작했고 상아언니도 뛴다고 인증하길래 덩달아 같이 했던 것 같다. 여름이 오기 전 날씨가 좋을 때 많이 뛰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러닝을 했는데 최근에는 걷기 운동만 하고 있어서 다시 헬스장을 가야할 때가 된 것 같다.
 
- 영어 공부
작년 여름부터 시작했던 말해보카를 어떻게 꾸준히 하고 있다. 하루에 20개 정도, 하기 싫을 때는 양을 줄여서 하는 거에만 의의를 두는데 워크샵 갔을때 깜빡하고 하루 못한 것 빼고는 그래도 매일 했다.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는가에 대한 답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영어로 된 자료를 읽거나 듣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것 같다. 추가적인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데 더 늘리면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된다. 8월에 전화영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듯 해서 해볼까 싶다.

 
- 독서
약 20분 거리에 퇴근하고도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발견했다. 평소에 소설은 잘 안 읽는데 올해 초에 갑자기 꽂혀 사랑의 생애, 인생의 베일, 칵테일 러브 좀비 등 출근하기 전이나 출근 시간에 주로 읽었다. 책을 추천받고 싶어서 외부 독서모임에도 몇 번 나갔는데 바빠서 책도 못읽고 결심이 흐지부지 되었다. 다시 책을 읽는 습관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 베이킹
1월에 클래스101 이벤트로 들을만한 걸 찾아보다가 갑자기 베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디저트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요리도 큰 관심없는 내가 베이킹을 취미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조금 웃기고 당황스럽지만 정확한 계량과 시간, 온도만 맞추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게 잘 맞다고 느낀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축하해주고 싶을 때 매번 선물을 고민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정성도 들어가고 다들 놀라면서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니 뿌듯해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지금은 양팔에 화상을 당하기도 했고 날씨가 더워 잠시 쉬고있는데 재밌는 취미를 찾은 것 같다. 
 
- 휴가, 워크샵
갑자기 5월 말에 끝난 프로젝트 덕분에 휴가를 길게 써 미뤄뒀던 라섹 수술을 했고 각종 전시회, 웨이팅 카페나 맛집, 창덕궁 야간개장 등 서울 곳곳을 다니며 하루에 거의 이만보씩 걸으며 탐방했고 여수 순천 여행도 다녀왔다. 잘못 걸었는지 족저근막염을 잠시 얻었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놀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 근데 이 이후부터 놀고 싶다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없어서 다시 정신을 부여잡길..!
 


3. 하반기 목표

- SQL 200제 책 끝내기, RealMySQL 1권 정리, 빅데이터를 지탱하는 기술 정리, 패캠 강의 듣기
- 아침 독서, 운동, 영어 회화


 
4. 감정
 
입사 이래로 제일 행복한 회사생활중인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요즘 많이 듣는데 정말로 거의 매일 눈물 흘릴 정도로 웃는 것 같다. 원래 웃으면 눈물이 나는 사람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는 웃음 중독에 걸려서 사무실을 세번이나 뛰쳐나갔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한마디도 안할 때가 있었는데 최근엔 회사에서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좋은 책임님, 동기와 같이 프로젝트를 해서 그런 듯 하다. 회사생활은 사람 때문에 계속 있거나 떠난다는데 그 이유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인간관계로 눈물도 흘려보는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현재의 소중함이 배가 되어 다가오는 것 같다. 어디 가서든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 운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운이 좋아진건지, 그렇게 믿기 때문인건지 인과관계는 모르겠다. 매일 자기 전에 감사한 일 5가지를 생각하고 잠드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도. 어릴 때부터 어딜 가면 비가 와서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비가 개면 같이 있는 사람에게 '너가 운이 좋은가봐' 라며 고마워했다. 그런데 요즘은 사실 내가 날씨운이 좋은 사람인데 비가 오는 날만 생각하고 맑은 날은 당연하게 지나가며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이러한 감정을 유지하며 공부도, 일도 모두 열심히 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2023년 남은 하반기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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