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생각
2024년이 끝이 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으면서도, 작년 이맘때 유럽 여행을 준비했던 것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23년 회고를 작성하고 그 동안 잠잠하다 24년이 끝난 와중에 회고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지만 지난 해에 대한 감사함과 다가오는 새 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회고를 남기고자 한다.
2024년 3월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연장에 연장을 하다가 결국 25년 12월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이야기했던 "첫눈 올 때까지 함께 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은 현실이 되었고 다음 겨울 첫눈까지 보게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이렇게 오래할 줄 아무도 몰랐던 프로젝트라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좋고 나쁨을 떠나 올해 프로젝트는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 프로젝트가 되었다.
1. 커리어
- K : 좋았던 점과 유지하고 싶은 것
2024 한 해의 업무에서 좋았던 경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고객사 상무님, 팀장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직접 만나며 원하는 요구사항을 파악해 개발할 수 있었던 경험
(2) 대시보드를 오픈한 이후 5개월 만에 실사용자가 16배 증가하는 경험
(3) 임원들의 해외 출장 자료로 활용되고, 매월 보고 자료로 발행되며 꾸준한 사용 지속성을 가지는 경험
개발한 대시보드들로 인해 신생 담당, 신생 팀의 역할을 확고히 가져갈 수 있었다고 피드백 해주셨고, 무한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던 시간도 보냈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혼자 도맡았던 일이었다. 요구사항을 파악했음에도 그것을 대시보드로 구현해낼 자신이 없었다. 괜히 한다고 했나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어설프더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자는 생각이 좋게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부정할 수 없이 정말 좋은 어른인 고객사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행운이 있었다.
처음임에도 '안되면 말고'라며 믿어주신 팀장님, 야근을 서슴치 않으며 데이터를 구해와주시는 책임님, 선임님, 점심, 간식, 저녁까지 아낌없이 대해주시는 분들이 감사해서 '내가 뭐라고 ㅠ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P : 문제와 개선하고 싶은 것
(1) 기술적 역량 부족
- SQL 실력 및 자신감 부족.
-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부족.
- 장기적인 목표 미비: 태블로 경험 외에 기술적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
(2) 고객사 중심의 업무에서 기술적 고민 부족
-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술적 고민을 할 기회가 적었다.
- 기술적 성장을 위한 시도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 이대로면 IT 및 데이터 업계와 멀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3) 데이터 커리어에 대한 허무함
- 데이터 업계 자체가 나의 커리어 방향과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피로감과 장기적인 커리어 목표에 대한 혼란
- 3년차가 큰 고비라고 하지만 새로운 걸 도전하기 위해 떠나가는 동기를 부러워했고 즐겁게 다니던 회사생활이 더는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무계획 퇴사도 생각했을 정도로 꽤나 복잡한 심경이 들기도 했다.
- T : 문제에 대한 해결책
(1) 기술적 역량 강화 : SQL에 대한 자신감 가지기 (-> SQL튜닝강의)
(2) 장기적 목표 설정 : 데이터 업계에서 내가 가질 송곳은 무엇일지 계속 생각하고 개발하기
(3) 업무 조정 : 조금 더 기술적 난이도가 있는 작업( 모델 설계, AI 등) 을 포함해 프로젝트 발전시키기
(4) 멘토링 및 네트워킹 기회 잡기
(5) 일기 쓰기
(6) 영어회화 꾸준히 하며 익숙해지기
2. 올해의 키워드
(1) 엄마와의 여행
엄마와 길게 두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2월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 달간의 방학을 얻어 급하게 계획을 해 런던, 파리, 베니스, 피렌체, 로마까지 다녀왔다.
12월에도 휴가를 길게 내 눈이 오는 삿포로에 다녀올 수 있었다.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다녀올 수 있었고 엄마와 좋은 추억까지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티비에서 다녀온 곳이 나오면 엄마가 기억난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준비할 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더 준비해서 저기도 다녀올걸 하는 생각도 들고.. 세상은 넓고 삶은 다양했다. 그리고 어딜가도 한국인은 많았다. 언젠가 다음엔 아빠와 아이슬란드를 다녀와 보고 싶다.
(2) 풋살
23년 10월부터 시작한 풋살은 24년 11월까지 이어졌다. 러닝하기에 너무 추워서 실내 유산소 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찾던 와중, 풋살이 눈에 들어왔고 공을 무서워하지만 '한번 해보지 뭐' 생각으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1년이 넘어갔고 2번의 대회도 나갔다. 아직도 발재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무작정 뛰는 것뿐이지만 재밌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일주일에 한번 풋살가는 게 해소 창구가 되어주었다. 그러다 발목을 다쳐서 지금은 한 달동안 쉬고 있지만 얼마 전 대학교 독서동아리 친구들을 만나서 한 말이 있다. "나는 축구동아리를 들었어야 했어!"
풋살팀에서는 나이도 다르고 각자 하는 일도 다르다. 살면서 만나볼 일 없었을 영어가 더 쉬운 국제기관 친구들, 바이올리니스트, 선생님, 쇼호스트 등 다양한 세상을 엿볼 수 있었고 그럼에도 풋살이라는 공통점으로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노력하는 우리가 꼭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팀워크가 좋아야하는데 다들 먼 곳에서 오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을 포기할 수 없어 계속 다닐만큼 좋았다.
팀 내에서 잘할 수 있도록 꾸준히 운동을 하고, 플랩도 올해는 몇 번 가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아카데미 말고도 동호회를 하나 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3) 행운
행운이 가득한 한 해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경품 1등에 당첨되어보기도 했다! 회사도 그렇고, 풋살도 그렇고 주위에 좋은 사람으로 가득찼다. ( 술도 굉장히 많이 마신 해이다. 회식을 매달 2-3번씩 하고, 풋살 회식에, 각종 행사, 여행까지 꽤나 망나니 같이 살았다.. )
특히 2024년에는 세상은 정말 좁다는 걸 느꼈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 프로젝트를 함께한 부장님을 마주쳤고, 그 이후 여의도에서 또 마주쳤다. 풋살 친구가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풋살 친구의 남친이 내 동창이었다. 글또 같은 기수로 회사 동기를 만나고, 큰 맘 먹고 등록한 오프라인 소규모 강의에서 같은 팀 선배를 만났다. 세상이 좁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우연과 인연들이 계속 겹치니 나쁜 짓 안하고 착하게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따뜻하게 곁에 있어주는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천방지축 빙글빙글인 나를 참고 기다리고 응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
2025년도 웃는 얼굴로 보내며 행운이 가득하길. 그리고 노력이 쌓여서 날아오는 운도 잡을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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